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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 [씨너스] "흑인역사, 음악 소재 모르면 앞부분은 스킵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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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 [씨너스] "흑인역사, 음악 소재 모르면 앞부분은 스킵해도 된다" 작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아카데미 최다 후보작이었던 [씨너스: 죄인들] 에 대해 이런 반응이 있었다. “흑인 문화나 미국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 입장에서는 앞부분 40분은 건너뛰어도 된다. 별 내용이 없고, 영화는 한 시간이 넘어서 뱀파이어들이 쳐들어오며 액션이 나오자 그제야 재미있어진다.” 이 "액션영화/공포영화로서의 전개만 원하는" 감상 자체를 틀렸다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은 미국 남부 흑인 공동체의 기억을 공유하지 않고, 주크 조인트나 블루스가 어떤 역사적 감정을 품은 공간과 음악인지 자동으로 체감하는 관객도 아니다. 미국 흑인 관객에게는 사람들이 술집을 열고, 음식을 준비하고, 연주자를 부르고, 함께 춤추기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벅찬 감정으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 문화적 맥락이 없는 관객에게는 “그래서 뱀파이어는 언제 나오지?” 라는 기다림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 감상의 간극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 간극에서 곧바로 “그러니 라이언 쿠글러는 굳이 흑인 소재에 천착하지 말고, [장르적 재미]를 중시해서 영화를 만들면 더 좋겠다” 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우선 [씨너스]의 전반부는 뱀파이어가 나오기 전 시간을 끄는 구간도 아니고, 감독의 편집 역량 부족으로 늘어지는 부분도 아니다. 후반부에 파괴될 것이 무엇인지를 관객 앞에서 실제로 만들어내는 구간이다. 스모크와 스택은 단순히 자기들 장사할 판, 있다가 괴물에게 습격당할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폭력과 가난, 떠나온 삶과 잃어버린 관계를 짊어진 채 잠시라도 자신들이 소유하는 밤의 공간 을 만들려 한다. 사람이 모이고, 술과 음식이 놓이고, 오래된 사랑과 원망이 돌아오며, 새미의 음악이 시작될 때 그 장소는 더 이상 호러영화의 배경이 아니다. 흑인들이 자기 돈과 자기 몸, 자기 음악으로 한밤 동안 살아볼 수 있는 세계가 된다. 특히 새미의 연주가 과거와 미래의 흑인 음악을 한 공간에 겹쳐놓는 순간,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블루스가 멋있다”는 감흥이 아니다. 그 음악을 통해 사라진 사람들과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까지 연결되는, 한 공동체의 시간 전체다. 그러니 레믹과 뱀파이어들이 그 장소를 노린다는 것은 단지 사람을 물어 죽이려는 습격이 아니다. 막 태어난 공간, 그 안의 음악, 사람들이 서로에게 잠시 허락한 자유를 삼키려는 침입 이다. 앞부분을 건너뛰고도 후반부의 총격과 흡혈, 장르적 쾌감은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영화는 “후반에 액션 몰린 뱀파이어물 뭐시기 황혼에서 새벽까지 파쿠리 뭐시기”에서 끝나고, 쿠글러가 만든 진짜 공포, 즉 우리가 겨우 만들어낸 집이 침입당하고 빼앗기는 감정 은 사라진다. 더 중요한 것은 [씨너스]에서 흑인성과 장르적 재미가 서로 경쟁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흑인 문화와 블루스, 짐 크로 시대의 역사성을 영화의 ‘메시지’로 보고, 뱀파이어와 액션과 오락성을 영화의 ‘재미’로 나누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둘을 떼어낼 수 없다. 레믹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위험한 유혹자 로 작동하는 이유는, 그가 흑인 인물들에게 힘과 영생만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실과 고통을 끝내고 모두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는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역시 빼앗긴 역사를 가진 존재인 양 말하며, 새미의 음악이 만들어낸 연결을 이해하는 척한다. (레믹은 "하얀 흑인" 수준으로 멸시받던 아이리시다는게 암시된다) 그러나 새미의 음악이 사람들을 각자의 기억과 욕망을 가진 채 서로에게 열어주는 연결이라면, 레믹의 공동체는 그들을 한 존재의 욕망 안으로 흡수하는 연결이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뱀파이어 설정이 문화적 약탈과 동화의 공포 로 확장된다. 주크 조인트를 그냥 멋있는 술집으로 바꾸고, 블루스를 그냥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음악으로 바꾸며, 흑인 공동체의 역사를 지워버리고 얼른 뱀파이어 개판 호러 액션으로 달려나가면 영화가 더 빠르고 간단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레믹의 유혹이 가진 복잡함도, 새미가 마지막까지 음악을 이어간다는 결말의 아픔도 함께 사라진다. [씨너스]는 흑인 소재를 얹은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흑인들의 음악과 공간과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이런 종류의 뱀파이어 영화가 된 작품이다. 쿠글러의 상업/비평적 성공이 전성기 시절 제임스 카메론 수준으로 대단해보여서 잠시 꺼내오는 비교인데, 마침 이 " 관계를 만들고,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세우며, 그 공간이 위협받을 때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 은 제임스 카메론의 상업영화 공식과 정확히 똑같다. (다만 그 이후 영화의 정서나 결론이 어디로 가느냐에서는 좀 갈리긴 한다) 그렇게 보면 왜 그렇게 카메론 감독이 바다 이쁜건 알겠는데 왜그래 길게도 보여줬는지, 외계고래 똑똑한건 알겠는데 뭘 그리도 많이 보여줬는지 그저 편집역량 부재나 감독의 과욕으로 단정지을수 없음을 알수 있다. 쿠글러에게 흑인 공동체와 음악도 비슷하다. 그것은 장르영화 위에 덧붙인 부담스러운 주제가 아니라, 그가 관계와 상실, 자유와 침범의 감정을 가장 뜨겁게 길어 올리는 그의 바다 인 것이다. 물론 단순히 “뭐 어쨌든 나는 [씨너스] 전반부에서 별 감흥을 못 받았다”는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화적 거리가 있는 관객이 모든 장면에 같은 강도로 반응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그런 반응은 쿠글러가 앞으로 더 큰 세계적 감독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데이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제를 “흑인 소재를 빼라”로 정리하는 것은 지나친 극약처방이다. [씨너스]의 앞부분이 어떤 관객에게 길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영화가 흑인서사 때문에 장르적 재미를 미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의 장르적 재미가 바로 그 흑인 공간과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라이언 쿠글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뿌리를 버리고 ‘보편적인’ 영화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흑인의 경험은 특정한 메시지이고 백인의 경험은 보편적인 장르라는 오래된 착각을 넘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깊이 사랑하는 세계를 끝내 모든 관객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중영화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카메론이 바다를 버리지 않고 세계 관객을 그 안으로 데려갔듯, 쿠글러 역시 자신의 음악과 공동체를 버리는 대신, 더 많은 관객을 그 밤의 주크 조인트 안으로 데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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