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루에 딱 10명만 회원가입을 받는 일기장 서비스 POW를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필요해서 시작한 건데 클리앙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가입해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슬쩍 근황이라도 적어볼까 하고 올립니다.
사실 이걸 만들게 된 계기는 좀 사사로운 감정이었습니다. SNS를 보다 보면 자꾸 남들이랑 비교하게 되고, 정작 내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볼 시간은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그게 요즘 시대가 좀 씁쓸하게 느껴졌고, 거창한 건 아니어도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어서 일기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만들면서 계속 붙잡고 있는 생각은, 좋은 일기 앱은 앱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앱이라는 겁니다. 쓰려고 마음먹은 그 짧은 순간에 로딩이 반 박자만 늦어도 떠오르던 문장이 사라지고, 화면 구석 군더더기 하나에 시선이 빼앗기면 오늘 하루를 들여다보려던 마음이 흩어지니까요. 그래서 POW를 만드는 시간 대부분은 뭔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빈 페이지 사이에 낀 것들을 덜어내는 데 씁니다. (그래서 광고도 일절 없습니다.)
그 집중을 지키는 가장 큰 적이 의외로 속도였습니다. 여긴 개발하시는 분들 많으니 솔직히 적어보면, 보통은 웹·안드로이드·iOS가 하나의 API를 바라보게 만들잖아요. 깔끔하고 효율적이니까요. 근데 전 그게 정답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침대에서 한 손으로 폰 드는 순간이랑 책상에서 노트북 펴는 순간은 필요한 속도도, 데이터 모양도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POW는 처음부터 설계를 다르게 가져갔습니다. 각 플랫폼이 자기 사용자에게 꼭 맞는 모양으로, 가장 빠른 길로 데이터를 받아가게요. 모두에게 적당히 불편한 평균값 대신, 각자에게 맞는 경험을 택한 셈입니다. 손은 훨씬 더 가지만요. (기능 하나를 업데이트 하여도 비슷하지만 다른 3개의 다른 API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POW를 10년은 운영할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기는 오래 쌓일수록 소중해지는 기록이라, 10년 뒤에도 빠르고 가볍게 지켜내려면 최적화는 한 번 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화려한 기능 하나 더 붙이는 것보다, 10년 버틸 구조를 다듬는 데 시간을 더 쓰는 이유고요.
한 달 반쯤 지난 지금은, 사용자분들이 쓴 일기가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되려면 뭘 더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AI로 그날 감정을 분석해 짧은 조언을 붙여준다거나, 서로 익명으로 위로를 건네는 기능 같은 것도 실험해보고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일기는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는 공간이라 좋은 건데, 거기에 AI나 타인이 끼어드는 게 도움일지 방해일지 계속 갸웃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여러분이라면 이런 기능, 켜고 싶으실까요? 아니면 그냥 조용한 일기장이 나을까요? 의견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쓰시는 분들이 위에 적은 이런 고민들을 하나도 못 느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이고요. 그냥, 오늘 하루를 적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