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
직원카드를 태크하고 사무실에 들어 갔다.
자리에 앉자 마자 들리는 전화벨 소리.
“따르릉 따르릉”
손을 뻗어 받으려고 하자 다크 서클이 입술까지 내려온 사수가 얼른 손을 친다.
사수 : 받지마, 아직 시간 안됐어, 시간 되면 받아 우리도 좀 살아이지
나 : 아, 네
난 이회사에 PM으로 입사했다. 사실 말이 좋아 PM이지 이시기는 역활 구분이 지금처럼 그렇게 잘 되어 있지 않던 시기였다.
급하면 고객 전화도 받고, 게임 업데이트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업체 컨택에 매출 분석과 이벤트 계획도 하던 시절.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것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나 :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피곤한 표정의 사수가 얘기한다.
사수 : 말도 마라, 업데이트 터져서 아이템 날라 갔다는 애들이 천지다.
나 : 어. 그럼 백썹하고 아이템 찾아 주면 되잖아요?
말이 쉽지 늘 그렇듯 아이템 DB는 남아 있지 않고, 그런거 그렇게 신경써서 개발해 놓지도 않았고, 거짓말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하는 상황이다.
사수 : 입사 3개월차면 너도 이제 알지 않냐? 이놈에 게임은 글러 먹었다는거. 처음 개발할 때부터 아이템 로그를 1주 이상 남겨 놓지 않았어요. 섭 점검 하면 전주 데이터 깔끔하게 다 난리는거,
나 : 훔…….그럼 또 온 회사 사람들이 몸빵해야 되는상황이네요
전화에 불이 난다.
아침부터 팀장 회의에 끌려갔다 온 팀장이 잔뜩 짜증난 얼굴로 두리번 거린다
사수 : 야 너네 다들 일루와, 나가서 담배 한대 피고 오자
한성민 팀장 대기업을 조기퇴직 하고 IT 업계로 뛰어든 사람이다. IT 붐이 터지면서 이시기엔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퇴사하고 IT로 뛰어 들었다.
조기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IT에 쏟아 붓던 시절이다. 닷컴(.com)만 달고 있어도 투자금이 100억씩 들어오던 시기라, 대기업 수직 문화 싫어요, 수평 문화로 모두가 동등한 입장으로 일해요, 우리 외국기업 같은 자유로운 문화의 IT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하고 말이다.
한성민 팀장 : 어제 서버 점검 터진거 다들 알고 있지, 이거 빽업 없어서 일단 문의 들어 오는대로 대충 맞다 싶음 다 복구해 주고, 너무 어이 없다 싶은건 대리급들이 알아서 짤라라. 후 시팔 개발팀장 미친 새끼 운영팀도 따로 없는데, 누굴 보고 계속 몸빵하라고 하는거야, 지들도 전화 받고 메일 처리 하라그러지 이휴….
팀장의 짜증 어린 외침과 함께 담배 연기가 후욱 하고 나온다.
사수 : 그냥 오늘 하고 내일 전화 안 받으면 안됩니까. 메일로 들어 오는 것만 처리하고, 회사 전화는 꺼 놓죠. 그래야 어느 정도 수습할텐데.
한팀장 : 전화 아예 안 받으면 대표가 뭐라 할 것 같지 않냐? 눈치껏 알아서 해라. 나도 이건 비상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사수 : 그럼 오늘까지만 전화 받지 말고, 메일로 들어 온거 처리 할께요. 팀장님 그리고 이번것만 끝나면 저 다른 게임으로 보내 주세요. 이놈 게임 한번 맡았더니 계속 짬처리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전담이 없이 로테이션으로 게임 맡는 거였잖아요.
한팀장 : 야 인력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 로테이션이 되지 사람은 안 뽑아주고 담당 게임은 계속 사고 나고, 새로운 게임은 언제 개발 완료 될지도 모르겠는데.
보고 새로운 게임 준비 다 되면, 바로 글로 보내 줄께, 그거 처음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너 다 맡아서 하게 해 줄께, 이번만 좀 잘 넘겨 주라, OOOO2 지금 캐릭터랑 컨샙 완료되고, 챕터 작업 하고 있는거 알잖아.
사수 : 에휴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 둘 더 붙여 주세요. 얘(나)랑 동기인 애들로.
사수의 입에서도 긴 담배 연기가 후욱하고 나온다.
이런 상황에 입사 3개월차 나에겐 입이 있어도 말이 없어야 한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넘어 오는 업무만 꼬박 꼬박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야근이 아쉬울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