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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 [아바타] 시리즈의 SF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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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 [아바타] 시리즈의 SF적 특징 [아바타] 시리즈에는 줄거리만 요약하면 SF보다 신화나 판타지에 가까워 보이는 사건이 계속 등장한다. 죽은 자는 거대한 나무를 통해 후손과 대화하고, 행성의 여신은 전쟁에 개입하며, 아버지 없이 태어난 소녀는 자연을 조종한다. 인간 소년은 신비한 의식을 거친 뒤 외계의 독성 대기에서 숨을 쉬게 되고, 신앙을 잃은 불의 부족 지도자는 타인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듯한 힘까지 사용한다. 사건의 외형만 놓고 보면 처녀수태, 신의 축복, 죽은 자와의 교감, 자연을 부리는 무녀가 한데 모인 신화적 판타지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허무맹랑한 사건들을 사용하면서도 단 한 가지 규율만큼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기적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판도라의 생물학과 물리학 안에서 일어난 현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의 길]의 키리는 이 태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키리는 죽은 그레이스의 아바타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임신하면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고, 본인은 에이와의 씨앗에 이끌리며 바다 생물과 식물을 거의 손짓만으로 움직인다. 선조들의 만에서 영혼의 나무에 접속한 키리는 죽은 그레이스와 만나 “내 아버지는 누구냐”고 묻지만, 그 순간 그레이스의 형상이 고장 난 것처럼 일그러지고 키리는 연결에서 강제로 튕겨나와 발작을 일으킨다. 이 장면은 성모와 신의 딸이라는 종교적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영화 속 인간 과학자들이 그것을 대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노엄은 키리의 발작을 계시나 신벌로 부르지 않고 뇌전증 으로 진단하며, 수중에서 다시 발생하면 죽을 수 있으니 에이와와 접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후 [불과 재]에서 밝혀지는 키리의 유전적 정체도 마찬가지다. 신의 선택을 받은 처녀수태처럼 보였던 탄생은 유전적으로는 그레이스의 아바타와 사실상 완전히 동일한 단성생식 , 다시 말해 일종의 자연발생적 복제로 해석된다. 영화는 신화의 이미지를 철회하지 않지만, 그것을 세계의 법칙 바깥에 있는 초자연으로 남겨두지도 않는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에이와를 여신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에이와가 실제로 행성 규모의 생물학적 정보망이라는 사실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나비족은 영혼의 나무에 신경삭을 연결해 죽은 가족을 만나고, 인간 과학자는 그 안에 저장된 전기 신호의 흐름을 측정한다. 로아크는 [불과 재]의 시작에서 에이와의 심상세계 안에서 죽은 네테이얌과 대화한다. 그것은 로아크에게는 형과의 진짜 재회이지만, 세계관의 차원에서는 행성 네트워크에 보존된 네테이얌의 기억과 인격에 접속한 사건이기도 하다. 작품은 어느 한쪽을 가짜라고 선언하지 않는다. “그건 죽은 자의 영혼이 아니라 데이터일 뿐”이라고 나비족을 조롱하지도 않고, “과학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영혼의 기적”이라며 설정의 인과성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종교와 과학은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언어다. 에이와가 신성한 것은 물질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판도라의 모든 생명과 기억을 실제로 연결하는 물질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가 판도라의 공기를 마시게 되는 사건은 이 시리즈의 태도를 더욱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불과 재]에서 스파이더의 마스크가 완전히 바닥나자 키리는 땅의 덩굴에 신경삭을 연결하고, 에이와의 씨앗을 그의 몸에 먹인 뒤 주변 식물 전체를 움직여 의식을 시작한다. 식물은 맥박치듯 빛나고 정체불명의 실 같은 물질이 스파이더의 몸속으로 파고든다. 화면만 보면 대지의 여신이 인간에게 축복을 내려 새로운 숨을 주는 종교의식이다. 스파이더는 죽음에서 깨어나 판도라의 독성 대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고, 인간이면서도 나비족처럼 살아갈 수 있는 ‘숨 쉬는 자’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후 이 사건을 “에이와께서 축복하셨다” 한마디로 끝내지 않는다. 노엄과 맥스의 검사 결과, 스파이더의 체내에는 일종의 균사체가 대규모로 침투해 육체와 공생 하고 있었다. 이 공생체가 그의 호흡 체계와 신진대사를 바꾸었고, 심지어 머리에서는 나비족과 같은 신경삭까지 자라기 시작한다. 기적처럼 보였던 변화가 실제로는 외계 미생물과 인간 신체가 결합해 새로운 생리 체계를 형성한 사건으로 번역되는 것이다. 이 설명이 단순한 설정집 장식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RDA는 스파이더의 몸을 확보하면 그 공생 원리를 역설계해 모든 인간을 판도라 대기에 적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제이크가 스파이더에게서 균사체를 제거하려는 이유도 그 변화가 스파이더 개인에게 해로워서가 아니다. RDA가 기술을 복제하면 인간은 더 이상 마스크와 밀폐도시에 의존하지 않고 판도라 전역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의 축복처럼 보였던 사건이 순식간에 생명공학 기술이 되고, 식민지 확장의 전략 자원이 된다. 이것이 [아바타]의 SF적 사고다. 기적은 세계를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이해되고 복제되며 군사적·산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현상이다. 판도라의 자연은 신비롭지만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안전한 신비가 아니다. 판도라의 자연현상도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다. [불과 재] 초반에는 멀리 떠 있는 기묘한 빛과 소용돌이, 이른바 플럭스 데블 이 아무 설명 없이 배경에 걸려 있다. 처음 볼 때는 판타지 세계에 흔히 등장하는 거대한 마력 폭풍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 그것을 정확히 물리적 사건으로 회수한다. 작동 불능이 된 RDA의 팩토리쉽은 플럭스 데블의 강력한 자기장에 끌려 들어가고, 거대한 선체가 찢겨나가면서 연료가 연쇄 폭발한다. 자기장에 휘말린 총기들까지 전부 날아가 버린 탓에 제이크와 쿼리치의 마지막 결투는 첨단 화기전이 아니라 주먹과 발, 메치기만 남은 육탄전으로 바뀐다. 마침내 플럭스 데블은 팩토리쉽의 화염을 빨아들여 거대한 불기둥과 플라즈마 상승 소용돌이 같은 형상으로 변한다. 화면은 지옥문이나 신의 분노처럼 보이지만, 액션의 원인과 결과는 자기장, 금속, 연료, 폭발이라는 물질적 연쇄로 구성되어 있다. 1편부터 이어진 할렐루야 산맥의 설정도 그렇다. 인간 병력이 산맥에 접근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판도라의 동물들이 면역반응처럼 몰려와 공격한다. 인간들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판도라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동시키는 방어 체계로 이해하고, 나비족 육체를 가진 리콤 부대는 그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뒤 실제로 투입해 검증한다. 에이와의 분노처럼 보였던 현상이 생태계의 면역 시스템으로 모델링되는 것이다. [물의 길]에서 일식이 전투의 시간을 바꾸는 순간도 신비로운 분위기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판도라가 거대 가스행성 폴리페모스를 공전하는 위성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천체현상이고, 네이티리는 빛이 사라지는 순간을 이용해 쿼리치의 부대를 습격한다. 신화적 이미지가 물리적 조건이 되고, 물리적 조건은 다시 전술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아바타]를 평가할 때 “저게 현실 과학으로 정말 가능하냐”는 질문만 던지는 것은 핵심에서 조금 벗어난다. 부유 산맥의 안정성이나 전 지구적 신경망의 정보 처리량, 외계 균사체가 며칠 만에 인간의 호흡 체계를 바꾸는 과정까지 엄밀히 따지면 얼마든지 반론할 수 있다. [아바타]는 모든 수치를 숫자 단위로 검증받은 하드 SF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으로 완벽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작가가 과학적 설명의 의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카메론은 “이 세계에서는 그냥 마법이 됩니다”라는 비상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직 인간이 원리를 모를 수는 있고 등장인물들이 그것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현상 자체에는 생물학적·물리적 기제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유지한다. 설명되지 않은 것은 있어도 설명 불가능한 것으로 선언된 것은 드물다. 카메론에게 경이란 과학이 멈추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작동하는 세계를 충분히 거대하고 낯설게 설계했을 때, 그 작동 자체가 마침내 신화처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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