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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액션은 대체 왜이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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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액션은 대체 왜이지경인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자체를 싸잡아서 구리다고 말할수 있는 관객은 거의 없다. [메멘토]의 역행 구조, [인셉션]의 다층 꿈 교차편집, [덩케르크]의 일주일·하루·한 시간 구조, [오펜하이머]의 폭발 직전의 긴장,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는 감독이 아니라 시간과 정보를 편집으로 압축해 관객의 신경을 조이는 데 거의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진 감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액션으로 들어가면 자꾸 말이 안좋게 나온다. [다크 나이트]의 호송차 추격전과 트럭 전복은 압도적이다. [인셉션]의 회전 복도는 아직도 영화적 아이디어와 실물 촬영이 결합한 대표적인 액션 시퀀스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비행기 납치, [인터스텔라]의 도킹, [덩케르크]의 공중전과 침몰 장면도 훌륭하다. 그런데 같은 감독이 찍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배트맨 대 베인 격투나 경찰 대 용병 거리전은 처참하다. [인셉션]의 설원 총격전은 거창한 규모에 비해 거의 아무 감흥이 남지 않고, [테넷]의 최종전은 엄청난 개념을 펼쳐놓고도 정작 총을 든 인간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우는지 몸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면 질문이 생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액션을 잘하는 감독인가, 못하는 감독인가? 답은 둘 다다. 정확히 말하면 놀란은 액션이라는 장르 전체를 못하는 감독이 아니다. 그는 시간, 질량, 거대한 물체, 구조적 압박이 인간을 몰아붙이는 액션에는 대단히 강하다. 반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리고, 쏘고, 제압하며, 전술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는 액션에서는 놀랄 만큼 약하다. 놀란의 액션이 구린 이유는 단순히 무술을 몰라서도, 액션팀이 허접해서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화 문법으로, 자신이 가장 못하는 종류의 액션까지 그대로 밀어붙이는 고집이 강한것이다. 놀란 영화의 액션은 보통 인물의 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반면 놀란의 액션은 먼저 커다란 구조를 세운다. 시간제한이 있다. 두 개 이상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음악과 편집이 조금씩 박동을 올린다. 서로 다른 위치의 인물들이 같은 절정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모든 사건이 하나의 충돌로 합쳐진다. 놀란에게 액션의 본체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때리는 물리적 연속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건들이 편집으로 증폭되며 같은 결말에 도달하는 구조다. [다크 나이트]의 호송차 추격전이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장면의 쾌감은 배트맨과 조커 일당이 정교한 차량 전술을 주고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면은 점점 더 큰 위협 을 꺼내놓는다. 호송차가 터널로 들어가고, 쓰레기차가 경찰차를 밀어붙이며, 조커가 바주카를 꺼낸다. 텀블러가 희생되고, 배트포드가 튀어나오며, 마침내 조커의 트럭이 세로로 뒤집힌다. 이 장면에서 놀란이 설계한 것은 자동차 운전 기술의 대결이라기보다, 조커라는 재앙이 단계적으로 고담의 통제력을 압도해가는 리듬이다. 물체는 점점 커지고 충격은 점점 강해지며, 배트맨은 결국 숨어 있는 수호자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진다. [인터스텔라]의 도킹 장면은 더 노골적이다. 그 장면에는 격투도 없고, 총격도 없고, 추격도 없다. 폭주하는 회전, 제한된 연료와 시간, 우주선 두 대의 각속도, 성공하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단순한 조건만 있다. 그런데 놀란은 이 장면을 장대한 액션의 절정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인간의 몸보다 거대한 시스템의 운동이 주인공 이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비행기 납치도 같은 계열이다. 공중에 매달린 비행기, 케이블, 낙하하는 인물들, 물리적으로 찢겨나가는 기체는 놀란이 가장 잘 이해하는 액션 대상이다. 당시 스턴트 코디네이터 톰 스트러더스 는 놀란이 카메라 렌즈 안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실제로 구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액션이 성공하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상대를 때려눕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물체와 환경이 인간을 압박한다. 자동차가 뒤집힌다. 복도가 회전한다. 비행기가 해체된다. 배가 침몰한다. 우주선이 미친 속도로 돈다. 이때 놀란의 연출과 액션은 완전히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문제는 액션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왔을 때다. 놀란은 신체 액션의 가장 중요한 쾌감을 잘 잡지 못한다 격투 액션은 단순히 배우 두 명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아니다. 좋은 격투 장면에는 아주 미세한 인과가 있다. 한 사람이 거리를 좁히면 다른 사람은 왜 밀리는가. 어느 공격 때문에 자세가 무너졌는가. 어느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다음 공격을 피하지 못했는가.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위치가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 이동이 어느 순간 승패로 연결되는가. 즉, 격투는 몸의 문법이다. 그런데 놀란은 바로 그 문법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싸움이 이야기 내에서 기능하는 의미를 잘 안다. 베인이 배트맨을 처음으로 육체적으로 압도해야 한다는 사실, 음악을 없애고 숨소리와 타격음만 남겨 배트맨의 공포 연출이 무력화되는 순간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은 기가 막히게 이해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실제 동작으로 설득시키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 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하수도 1차전을 보자. 장면의 분위기는 훌륭하다. 배트맨은 오랜 공백 끝에 돌아온 낡은 영웅이고, 베인은 그의 연극적 공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배트맨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도 베인은 위를 올려다보며 조롱한다. 음악이 거의 사라진 공간에서 베인의 목소리와 둔탁한 타격음만 울린다. “너는 어둠을 받아들였을 뿐, 나는 그 속에서 태어났다”는 대사는 장면의 목적을 완전히 규정한다. 그런데 싸움 자체를 보면 이상하다. 베인이 배트맨보다 왜 강한지는 서사적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 어떤 싸움 방식으로 배트맨을 해체하는지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타격은 느리고, 공격과 방어의 연결은 둔하며, 두 사람은 상대를 죽이려는 전투원이라기보다 비장한 대사를 위해 무거운 자세를 주고받는 배우 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놀란은 “배트맨의 신화가 깨지는 장면”은 잘 찍었다. 하지만 “베인이 어떤 육체적 우위로 배트맨을 깨뜨리는가”는 충분히 찍지 못했다. 이 문제는 마지막 거리전에서 더 심각해진다. 경찰과 베인의 용병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미지는 놀란이 좋아할 법하다. 지하에서 해방된 경찰들이 점령당한 도시를 되찾기 위해 전진하고, 반대편에는 혁명가를 자처한 독재자의 군대가 서 있다. 두 집단이 설원 같은 회색 도시 한복판에서 서로에게 달려가는 첫 이미지는 장중하다. 그런데 충돌이 시작된 뒤부터 장면은 무너진다. 총을 든 용병과 경찰들이 이상할 만큼 근거리에서 엉겨 붙고, 배경의 인물들은 누군가를 때릴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움직인다. 전투의 지리도, 무기의 위협도, 각 집단의 생존 본능도 잘 보이지 않는다. 놀란은 “고담의 두 세력이 역사적 결전을 벌인다”는 거대한 표상은 원하지만, 화면 안의 개별 인간들이 정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감각을 만들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장면이 단지 실수로 못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놀란은 인물을 종종 물리적 주체라기보다 구조 안의 기호 로 사용한다. 경찰은 해방된 고담이다. 용병은 베인의 폭정이다. 배트맨은 돌아온 신화다. 베인은 그 신화를 꺾는 폭력이다. 그러나 격투 액션에서는 그런 의미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징은 몸을 빌려야 하고, 몸은 실제로 그럴듯하게 움직여야 한다. 놀란은 바로 그 마지막 단계에서 자꾸 실패한다. "놀란 총격전은 잘찍어" 라는 변호도 보이는데, 심각한 수준을 보여준 장면은 별로 없지만 그 분야에서도 상기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놀란은 총이라는 물건이 장면의 권력 관계를 바꾸는 순간은 잘 찍는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기관총과 바주카를 들고 호송차를 추격할 때, 총기는 조커의 통제 불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투페이스가 동전과 권총으로 타인의 목숨을 재단하는 장면에서도 총은 강력하다. [인셉션] 초반부처럼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 불분명한 공간에서 총이 등장할 때도 긴장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총격전을 잘 찍는다는 뜻과 다르다. 총격전에서는 누가 어느 사선을 장악하는지, 엄폐가 왜 필요한지, 이동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어느 발포가 상대의 다음 행동을 바꾸는지가 중요하다. 총은 단순히 인물을 위협하는 소품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재편하는 무기여야 한다. [인셉션]의 설원 요새전 이 밍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 눈 덮인 산악지대, 군사 요새, 자동화기, 스키 추격, 폭발, 제한시간까지 있다. 그런데 장면을 보고 나면 누구의 어떤 돌파가 결정적이었는지 거의 남지 않는다. 적들은 실제 전투원이라기보다 꿈속 방어 시스템이 형상화한 장애물처럼 튀어나왔다 사라진다. 아군은 총격의 결과로 전략을 수정한다기보다, 편집 구조가 필요로 하는 위치까지 전진한다. 물론 이 장면은 전체 편집 안에서는 기능한다. 밴이 추락하고, 호텔 복도의 중력이 무너지며, 설원에서 침투가 진행되고, 림보에서 감정적 결말이 열리는 여러 층의 시간이 맞물린다. 놀란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설원전 단독의 전술적 완성도보다, 서로 다른 시간 속도가 하나의 클라이맥스로 겹쳐지는 구조 였다. 바로 그래서 설원전은 놀란 영화 안에서는 필요하지만, 액션으로만 보면 공허하다. [테넷]의 최종전은 이 문제가 최악의 형태로 커진 경우 다. 시간 순행 부대와 역행 부대가 같은 작전을 서로 반대 방향에서 수행한다는 아이디어 는 분명 놀란답고 매혹적이다. 그런데 최종전에서 관객이 체감하는 것은 작전의 절박함이나 총격의 위험이 아니라, 거대한 개념이 화면 위를 지나가는 광경에 가깝다. 적은 어디에 있는지 흐릿하고, 아군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도 감각적으로 잘 붙잡히지 않으며, 무너지는 건물이 왜 지금 이 순간 치명적인지조차 이미지 이상의 무게를 얻지 못한다. [테넷]의 프리포트 격투 는 그래도 성립한다. 인물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순행과 역행의 동작이 충돌한다는 아이디어가 싸움의 어색함 자체를 장면의 성질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군사작전에는 그런 보호막이 없다. 대규모 전투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목표, 사선, 위치, 실패와 수정의 연결이다. 놀란은 시간 구조를 거대하게 세웠지만, 그 안에서 총을 든 인간들이 무엇을 체험하는지 는 제대로 내려다보지 못했다. 반대로 [덩케르크]가 훌륭한 이유는 놀란이 갑자기 군사 전술의 대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덩케르크]에는 대규모 보병 교전이 거의 없다. 적군의 얼굴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해변의 병사들은 적의 작전을 분석하거나 반격을 설계하지 않는다. 그들은 줄을 서고, 폭탄을 피하며, 배에 올라갔다가, 물이 차오르면 다시 빠져나온다. 하늘의 조종사 역시 복잡한 작전 지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연료와 시야 속에서 단 한 번의 선택을 반복한다. 놀란은 전쟁을 자기가 못하는 인간 대 인간의 교전에서 떼어내, 자기가 가장 잘하는 시간과 공간의 압박으로 바꾸었다. 해변 뒤에는 바다가 있다. 앞에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 위에서는 폭격기가 접근한다. 구조선은 오지만 충분하지 않다. 연료는 떨어진다. 이보다 놀란에게 맞는 전쟁 액션은 없다. 그래서 [덩케르크]의 공중전은 명료하고, [테넷]의 최종전은 흐릿하다. 전자는 인간이 제한된 물리 조건 안에서 버티는 장면이고, 후자는 인간을 개념의 설명도로 소비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감독이 못하면 무술 전문팀이라도 제대로 붙여야 하는 거 아닌지?” 그런데 파고 들어가 보면 이 논쟁은 더 잔인해진다. 놀란 영화에는 이미 경력 좋은 액션팀이 붙어 있었다. [다크 나이트]의 크레딧에는 폴 제닝스, 릭 르페브르, 톰 스트러더스가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앤디 노먼과 후스토 디에게스가 파이트 컨설턴트로 기재되어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톰 스트러더스가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고, 버스터 리브스가 파이트 어레인저이자 톰 하디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했다. 스트러더스의 경력을 보면, “놀란이 액션 문외한들을 불러다 찍어서 망했다”는 식의 설명은 불가능해진다. 그는 [배트맨 비긴즈]에서 보조 스턴트 코디네이터 겸 리거로 참여했고, 이후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 [덩케르크]에서 놀란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놀란 바깥의 경력 도 [뮌헨]의 보조 스턴트 코디네이터,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등으로 이어진다. 그의 경력표에는 이후 [듄]의 세컨드 유닛 감독·스턴트 코디네이터 경력도 올라와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비행기 납치는 엄청난데 거리 백병전은 웃기고, [인셉션]에서 회전 복도는 굉장한데 설원 총격은 밍밍한 이유를 단순히 “팀 수준 차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인셉션]의 회전 복도를 만든 스턴트 코디네이터도 톰 스트러더스다. 미국촬영감독협회 기사에 따르면, 회전하는 호텔 복도 장면에서 그는 배우들과 함께 어떤 동작이 가능하고 안전한지 설계했고, 놀란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식 무중력 장치를 액션 상황으로 변형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놀란은 스트러더스와 특수효과 감독 크리스 코볼드, 촬영팀에게 “이 특별한 장치 안에 액션의 에너지를 모두 집어넣으라”고 요구했다. 회전 복도에서는 싸움의 본체가 인간의 무술 실력이 아니라 중력과 공간의 붕괴였다. 그러니 스트러더스의 실물 스턴트 역량과 놀란의 공간 감각이 완벽히 결합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비행기 납치 역시 인간이 공중에서 거대한 기계 장치에 매달리는 장면이었기에 놀란의 강점과 팀의 기술이 같은 방향으로 폭발했다. 놀란과 스턴트팀이 못 만난 것이 아니다. 둘은 맞아떨어질 때 엄청난 결과를 냈다. 반면 베인과 배트맨이 평평한 바닥 위에서 정말로 싸워야 하는 순간에는, 같은 전문성이 놀란의 약점을 구제하지 못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버스터 리브스의 증언이다. 리브스는 첫 두 편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스턴트 더블로 참여하며 격투 설계에 관여했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베인 쪽의 더블이자 파이트 어레인저로 참여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세 번째 영화에서는 싸움들이 “크리스 놀란이 원한 모습 그대로 보이도록” 확인하는 것이 자기 역할 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놀란이 베인을 배트맨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강한 상대라고 보고, 배트맨의 격투 방식에 절권도와 실랏, 무에타이 요소를 더해 변화시키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리브스는 베인의 파괴적 한 방과 배트맨의 영리한 회피를 대비시키기 위해 그 싸움을 타이슨 대 메이웨더 같은 구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굉장히 훌륭하다. 베인은 단순한 덩치 큰 악당이 아니라, 한 번 맞으면 모든 전술이 무너지는 파괴적 상대다. 배트맨은 기존처럼 겁을 주고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 싸움에서는 자기 방식에 갇혀 패배하고, 두 번째 싸움에서는 훨씬 더 영리하고 정밀하게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에서 그 차이가 충분히 읽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베인이 강하다는 극적 사실은 읽힌다. 배트맨이 패배해야 한다는 감정도 읽힌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전투 스타일을 가졌으며, 배트맨이 두 번째 싸움에서 정확히 무엇을 학습했는지는 몸의 흐름으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이러면 범인은 명백해진다. 무술팀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무술팀이 설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설계된 무술을 관객이 읽을 수 있는 영화적 사건으로 최종 번역하는 과정에서, 놀란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베인전은 주먹의 논리가 아니라 신화의 몰락이었다. 그에게 거리전은 전술의 충돌이 아니라 점령당한 도시가 되살아나는 역사적 이미지였다. 문제는, 격투와 전쟁은 그렇게 의미만으로 찍으면 구려진다는 것이다. "지 눈썰미 구린거 알면 액션씬 한정으로 보조감독 넘겨!!!!!" ...........여기서는 놀란의 제작 철학 자체를 봐야 한다. 놀란은 DGA 인터뷰에서 대형 액션 영화임에도 별도의 세컨드 유닛에 액션 장면을 넘기지 않는 이유 를 아주 노골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화면에 들어가는 쇼트를 자신이 연출할 필요가 없다면, 자신이 왜 그 영화 현장에 있어야 하느냐 고 되물었다. 손목시계 클로즈업이든 수천 명이 길 위를 달리는 장면이든, 극장 화면 안에서는 똑같이 하나의 이미지이므로 모든 쇼트가 같은 수준의 고려를 받아야 한다 고 말했다. 또한 많은 액션 영화가 액션 전부를 세컨드 유닛에 맡기는 방식은 자신에게 이상하게 느껴지며,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대형 영화 안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멋있는 철학이고, 실제로 놀란을 놀란답게 만든 핵심이다. 그 덕분에 그의 영화는 액션 장면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만든 광고 영상처럼 튀지 않는다. [인셉션]의 회전 복도는 단순한 액션 쇼케이스가 아니라 꿈과 중력이라는 영화 전체의 개념을 구현한 장면이다. [덩케르크]의 공중전은 전쟁영화의 서비스 장면이 아니라, 시간과 생존과 희생이라는 영화의 본체다. [인터스텔라]의 도킹은 그 장면만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쌓아온 인간의 무모함과 과학적 정밀함, 사랑과 생존의 충돌이 한꺼번에 물리적 사건으로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완고한 통제욕이 약한 장면들까지 보호해버린다. 놀란은 자신이 액션을 전부 직접 통치해야 영화의 관점이 희석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관점이 모든 종류의 액션에 적합하지는 않다. 거대한 물리 사건에서는 그의 관점이 압도적인 힘이 되지만, 격투와 전술 액션에서는 인물의 몸과 공간을 지나치게 추상화한다. 이것이 놀란의 진짜 문제다. 그는 액션팀에게 아무것도 맡기지 않은 감독이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전문팀을 불러와 어렵고 위험한 장면을 실제로 구현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방식, 어느 쇼트를 선택하고 어느 움직임을 강조하며 어느 정보를 관객에게 보이게 할 것인지 에 대한 결정은 철저하게 놀란의 것이다. 그래서 놀란의 통제욕은 [인터스텔라]의 도킹을 만들었고, 동시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거리 백병전도 만들었다. 앞의 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장면이다. 뒤의 것은 누가 봐도 더 잘 만들 수 있었던 장면이다. 둘 다 같은 감독 철학의 산물이다. “감독의 성향이고 정체성이고 나발이고, 결점이면 고쳐야지. 놀란이 격투를 못 찍으면 채드 스타헬스키를 붙이고, 대형 전투와 공간 설계가 약하면 제임스 카메론을 붙이면 되는 것 아닌가? 공동감독 체제를 해서라도 완벽한 영화를 내놓으라고” 이 반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너무 단순하다. 우선 맞는 부분부터 말하면, 놀란의 결점을 작가성이라는 말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거리전이 어설픈 것은 어설픈 것이다. [테넷] 최종전의 공간적·감정적 가독성이 부족한 것도 명백한 문제다. “놀란은 구조에 관심 있는 감독이니까요”라는 설명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분석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물을 훌륭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감독이 자기 약한 영역에서 다른 전문가의 감각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에서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비드 리치, 스피로 라자토스 같은 정상급 액션 인력을 끌어들였다. 심지어 [시빌 워]에 참여한 시점의 채드와 데이비드는 이미 [존 윅] 1편을 내고 영화감독으로 정식 입봉한 위치였는데도 세컨드유닛으로 용병 왔다. 조 루소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보다 액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고의 세컨드 유닛 감독들을 모았다 고 설명했다. 놀란 영화도 분명 나아질 여지가 있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전에서 스타헬스키 계열의 설계자가 더 강한 발언권을 가졌다면, 베인의 압도성과 배트맨의 실패는 훨씬 더 신체적으로 읽혔을 것이다. 베인이 단순히 세게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거리에서 배트맨의 공격을 차단하는지, 배트맨이 어떤 습관 때문에 무너지는지, 두 번째 전투에서 어느 부분을 수정했는지 장면이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테넷]의 최종전에 카메론식 액션 구상 사고가 조금 더 들어갔다면, 순행과 역행이라는 설정을 포기하지 않고도 전투의 목표와 이동, 실패와 대응을 훨씬 명료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카메론은 아무리 거대한 액션이라도 관객이 붙잡을 수 있는 행동 하나를 먼저 세운 뒤, 그 행동이 연쇄적으로 더 큰 위험을 불러오는 방식에 강하다. [테넷]에는 바로 그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하려다가 어떤 장애물 때문에 계획을 바꾸는가”라는 물리적 연결이 부족했다. 그러므로 “결점은 고쳐야 한다”는 말은 옳다. 놀란은 자기 액션의 약점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장면에 따라 파이트 설계자나 전술 액션 전문가가 단순 실행자를 넘어 훨씬 강한 창작적 권한을 갖게 했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액션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과 막연히 "액션 파트 공동감독 앉혀"는 다른 이야기다. 채드 스타헬스키는 단순히 주먹질을 잘 짜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액션은 인물을 훈련된 육체로 바라본다. [존 윅]에서 인물의 감정과 과거는 총을 꺼내고, 거리를 좁히고, 상대를 넘어뜨리며, 남은 위협을 확인하는 몸의 절차로 드러난다. 그가 놀란의 배트맨을 강하게 장악한다면, 배트맨은 상징적 존재이기 이전에 매우 구체적인 전투 기술을 가진 전문가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에서 놀란이 잡아놓은 “범죄자들이 어둠 속 괴물에게 사냥당하는 감각”과는 충돌할 수도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더 극단적이다. 카메론은 액션 장면 몇 개를 예쁘게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장면 전체의 인과관계를 새로 세우는 감독이다. 그가 [테넷]의 최종전을 공동연출한다면 아마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명확한 목표물, 시간 방향이 다른 두 작전의 구체적 상호작용 , 한 인물의 실패가 다른 인물의 성공으로 뒤집히는 행동 단위 를 훨씬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 액션은 분명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순간 [테넷]의 전투는 놀란이 원했던 불가해한 시간 체험에서 벗어나, 카메론이 원하는 명료한 위험과 대응의 드라마 로 기울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품질 개선이 아니라 작품의 중심 감각 자체를 바꾸는 일 이다. 가렛 에반스를 붙여도 마찬가지다. 그는 폭력을 몸의 고통과 공간의 밀폐감으로 압축하는 감독이다. 그가 베인전을 맡는다면 훨씬 처절하고 설득력 있는 격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놀란이 원한 신화적 패배의 비장함보다, 살과 뼈가 충돌하는 잔혹한 생존감 이 앞설 가능성이 있다. 커뮤에서 매번 불려나오는 잭 스나이더 는 또 다르다. 그는 타격의 전술적 가독성을 개선하기보다는, 초인적 몸이 한 프레임 안에서 조각상처럼 응고되는 순간 에 강하다. (그래서 그렇게 슬로우모션 쓰는거다) 그가 놀란 영화에 들어가면 장면은 더 육중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놀란의 약점인 공간적·신체적 인과를 해결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액션 감독을 공동감독으로 앉힌다는 발상은 이렇게 묻게 된다. 단순히 못만든 액션 장면의 질을 개선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감독의 영화 이념을 결합하려는 것인가? 전자는 필요하고. 후자는 위험하다. 놀란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자기 옆 감독 의자에 카메론이나 스타헬스키를 앉히는 일은 아니다. 자신의 장면 목적은 유지하되, 자신이 무시하기 쉬운 질문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액션 창작자 에게 더 큰 권한을 주는 일이었다. 베인은 정확히 어떻게 배트맨을 무너뜨리는가. 배트맨은 두 번째 싸움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총을 든 용병들은 왜 굳이 저 거리에서 경찰과 엉겨 붙는가. 순행 부대의 어느 행동이 역행 부대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가. 관객은 그 사실을 어느 순간, 누구의 시점을 통해 체감하는가. 이 질문들을 놀란 영화의 내부에서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그의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액션은 훨씬 강해질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액션이 구린 이유는, 그가 액션을 아예 못 이해하는 감독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자동차가 뒤집히고, 비행기가 찢기며, 복도가 회전하고, 우주선이 폭주하는 순간에는 정말 무서운 감독이다. 인간이 시간과 질량, 공간과 운명의 압력에 짓눌리는 액션을 찍을 때 놀란의 연출과 편집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다 .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총을 쏘며, 전장을 이동하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액션에는 거대한 의미보다 먼저 몸의 인과가 필요하다. 누가 어떻게 우위를 잡았는지 보여야 한다. 어느 실패가 다음 행동을 바꾸었는지 보여야 한다. 무기가 존재한다면, 인물은 그 무기의 위험을 인정하며 움직여야 한다. 놀란은 이 작고 구체적인 물리의 언어보다, 장면이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를 먼저 본다. 그래서 배트맨의 패배는 비장하지만 싸움은 둔하고, 고담의 해방은 장엄하지만 거리전은 허술하며, 시간 역행 전쟁의 개념은 놀랍지만 총격은 공허하다. 더구나 그는 허접한 무술팀 때문에 실패한 것도 아니다. 톰 스트러더스와 버스터 리브스, 조지 코틀과 잭슨 스피델 같은 전문 인력들이 붙어 있었다. 버스터 리브스는 아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싸움이 놀란이 원한 모습대로 보이게 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결론은 피할 수 없다. 놀란 영화의 구린 격투와 밍밍한 총격전은,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사고가 아니라 좋은 액션팀을 거느리고도, 인간의 몸보다 구조와 상징을 우선하는 놀란의 연출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결과물 이다. 그렇다고 그 결점을 마냥 “놀란의 작가성이니까”라며 옹호할 필요도 없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전은 더 잘 찍힐 수 있었고, [테넷]의 최종전은 더 명료하고 강렬해질 수 있었다. 놀란이 자기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액션 전문가가 신체와 전술의 논리를 장면 안에서 끝까지 관철하도록 허용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다. 결국 놀란의 고집은 그의 액션을 위대하게도 만들고, 형편없게도 만든다. 그는 남에게 액션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인셉션]의 회전 복도와 [인터스텔라]의 도킹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같은 이유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먹질과 [테넷]의 총격전까지 끝내 자기 손으로 구리게 만들었다. 

출처1개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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