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7 월 세제개편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내부논쟁이 치열한 것 같습니다.
핵심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 축소 또는 폐지 및 보유세 강화 여부입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분들의 논리는 한심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실거주하지 않는 자가 서울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투기행위이며, 세제를 통해 매도를 유도하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가 현실을 얼마나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는지는 부동산 시장을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이 분들은 투기의 개념부터 다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투기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자산을 매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정의상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들이 서울에 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사정은 천차만별입니다.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된 직장인, 자녀 유학 중 부모가 임시로 거처를 비운 경우, 부모 봉양을 위해 지방이나 해외로 이주한 자녀, 이민 후에도 귀국 가능성을 열어둔 재외동포, 상속으로 주택 지분을 취득한 경우 등등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이들 중 누구도 다주택 투기자와 같은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천차만별 디테일한 개인사정을 멋대로 함부로 분류하는것도 무모한 일입니다.
1주택이라는 사실 자체가 투기 의도의 부재를 방증합니다.
다주택자 중과세제가 정당성을 얻는 근거는 주택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복수 보유한다는 데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범주오류에 속합니다.
세제압박이 강화될 때 비거주 1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매도하거나, 세금을 감수하며 보유하면서 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임대차 시장구조를 보면, 임대인이 세 부담을 전가할 유인이 매우 강합니다.
당연하죠.
서울 가구의 55% 이상이 임차 가구입니다. 그 중 상당부분을 비거주 1주택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임차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구조에서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은 손쉽게 그 비용을 월세나 전세 보증금 인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결국 보유세 강화의 실질적 피해자는 보유자가 아니라 세입자 입니다.
정책 의도와 정책 효과가 정반대로 작동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비거주자에게 적용하지 않거나 대폭 축소하면, 비거주 1주택자가 매도할 때의 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매도 의욕을 꺾는 동결 효과(Lock-in effect)를 낳습니다.
팔면 손해가 너무 크니 차라리 계속 들고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동시에 강화되면 보유자들은 자산 방어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바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는 것입니다.
소유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입주하면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조차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대규모 세입자 퇴거를 초래해 서민들이 서울 바깥으로 밀려나는 주거 난민 사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정권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정치적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 입니다.
제가 지난 번에 ‘메뉴판에 오르지도 못한 550 만 서울 세입자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서울 임차가구 비중이 55%에 달한다는 사실을 법안발의자들이 모를리가 없는데 왜 이런 식의 무리한 세제개편을 추진하려 하는지 이해불가하는 진단을 했습니다.
서울 세입자 대부분은 전월세 시장에서 주거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임대 공급이 줄거나 임대료가 오를 경우 주거안정을 잃는 계층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들은 바로 이 임차가구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 공급을 압박으로 줄이면,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만 쪼그라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임대료 폭등과 외곽 이주 압력이 뒤따를 것은 자명합니다.
비거주 1주택자를 압박하는 세제개편이 표방하는 명분은 실거주 중심의 주택문화 정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임대공급 축소, 임차인 부담 폭증, 그리고 서울 외곽으로의 주거 인구 강제 이동을 초래합니다.
정권의 입장에서 이 결과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서울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임차 가구가 주거 불안을 체감하기 시작하면, 그 불만은 정치적 심판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리는 없다고 믿고 싶지만, 만의 하나라도 이재명 정부 일각에서라도 서울 임차인구의 서울 밖 강제소개를 목표로 이런 무리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2026년의 서울에서 1975년의 프놈펜을 연상시키게 하지 마세요)
투기는 당연히 억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억제의 칼날이 투기자가 아닌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할 때 정책의 명분도 사라지고, 시장의 안정도 파괴되고 임차인의 주거권도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를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보호하느냐가 모든 정책의 선순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 압박이 결국 서울 세입자들을 그들의 생활터전과 동떨어진 서울 바깥으로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정책일 뿐 아니라 민심을 뒤집어 엎고 정권을 위태롭게 만들수 있는 위험한 정책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실수해도 괜찮은 탱고와 다릅니다. 한 번 실수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