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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경상도 아재가 본 일베어 '~노'에 대한 고찰

징한녀석

안녕하세요, 저는 83년생이고, 대구 3년, 울산 1년을 제외한 인생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부모님은 서부경남 출신이시고, 제가 태어난 이후에는 쭈욱 부산에 계십니다. 물론 사투리도 부산 울산 대구 진주 다 조금씩 다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일하는 곳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실제로 부모님이 시장에서 일하시던 제 친구는 시장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걔가 그런건지 특이한 사투리를 쓰는 것도 봤습니다. (이리 좀 와 도 고. = 여기 좀 와줘라.) 이토록 사투리는 다양하지만, 그나마 제가 부산 대구 울산 서부경남 쪽 사투리는 거의 커버했기에, 가끔 뽐뿌에 일베어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서 그때그때 댓글을 달아드리고 있긴 한데, 저도 20대 동생들(일베랑은 전혀 거리가 먼) 만나서 술 마시고 하다 보면, 40대인 제가 알고 있는 사투리와 20대들이 쓰는 사투리 사이에 괴리감이 컸고(물론 일베 영향이 있겠죠) 현실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정리할 겸, 이번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보는 '~노'의 양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가장 기본적인 '~노'의 사투리 문법 기본적으로 '~노'는 아무 곳에나 붙지 않고, 엄격한 문법적 규칙을 따릅니다. 영어의 5W1H(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뒤에 의문사로 붙습니다. "왜 그러노(와그라노)?" "오늘 누구누구 오노?", "우리 언제 보노?", "어디가노?", "뭐하노?", "어떻게 하노(우짜노)?" 이것들은 경상도 출신이라면 경상도의 동서남북을 망라하고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반면 Yes or No 가 나올 질문에 '~노'를 붙이는 일은 없습니다. "어제 일찍 잤노?"(X), "내일 볼꺼노?"(X), "시험 잘쳤노?"(X) 하나같이 원래 안 쓰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경상도 출신들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일 겁니다. 이 말 쓰면 100% 일베어입니다. 2. 말의 생략 때문에 판단이 어려운 경우 문제는 경상도 사람들이 말을 줄여서 하는 경우, 단순히 듣기만 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점심시간에 교내 식당에서 밥먹는 친구를 만난 경우에 "밥 먹노?" 라고 물어본다면 이건 경상도 토박이들이 보기에 이상한 상황입니다. "밥 먹노?" -> "응"으로 이어지는 대화는 토박이가 보기에 100% 일베어입니다. 근데 만약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30분쯤에 교내 식당에서 밥 먹는 친구를 보고 앞뒤 다 자르고 "(왜 이제서야) 밥먹노?" 라고 물었는데, 질문을 받은 밥 먹는 친구가 "말도 마라. 점심시간에 급한 일이 있어 가지고 뺑뺑이 치다가 인제 묵는다"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면 이건 그냥 (왜 이제서야)라는 말을 생략한 것입니다. (사실, 이것도 일베 때문에 퍼진 말인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긴 한데, 20대 후배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하더라고요.) 이건 말의 문맥과 반응으로 유추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3. 의문문이 아닌 감탄사로 쓰이는 경우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입니다. 문법적으로 보면 분명히 사투리가 아니라 일베어가 확실한데, 이게 너무 퍼졌어요. "(왜이리) 예쁘노!", "(뭐가 이렇게) 머노!" 정석적인 사투리라면 괄호 안의 의문사가 말로 다 뱉어져야 하는데, 젊은 애들은 이 의문사들을 싹 다 생략하고 그냥 평서문 감탄사처럼 쓰더라고요. 감탄사는 그 자체가 대화를 이어가는 게 아니어서, 유추 자체가 힘듭니다. 내가 생각하는 결론 2.3.의 경우에는 다 일베에서 파생된 말로 생각됩니다만, 부산에 사는 오리지널 중에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지적하면 오히려 "내가 평생 부산 살았고, 내가 어릴 때 부터 쓰던 말이고, 내 친구들도 다 일베 안하고 자연스럽게 쓰는데 무슨 소리고? 오히려 너거들이 경상도 사람도 아니면서 분탕 치는거 아이가?"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말을 줄이는게 트렌드인 젊은 애들은, 자연스러운 지역 사투리의 줄임말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결국 뽐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노'를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조건 일베충으로 몰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진짜 일베를 안 하는 평범한 애들이 오염된 줄 모르고 너무 많이 씁니다. 반대로 익명 게시판의 혐오와 여성비하, 지역 비하 및 고인 모독의 글들을 보면, 저 말투를 안쓰는 일베충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토박이 입장에서 선을 그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가 일베충이라는 게 아니라, 의문사 없이 감탄사나 평서문 끝에 '~노'를 붙이는 문법 자체가 일베에서 파생된 건 맞다." 라는 사실 정도는 인지시켜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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