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일명 빡세, 내 사수의 이름이다. 회사 3년차이며, 현재 OOOO 게임의 메인 PM 게임 레벨 기획부터 아이템 기획, 스테이지 기획을 했던 인물이다.
이 시기에는 PM 이라는 직군이 별도로 없어서, 게임 업데이트는 사수와 개발팀 담당 + 그래픽팀 담당이 함께 진행하고 그 이외 일은 부사수와 신입이 모두 처리 했던 시기였다.
OOOO 게임은 개발한지 3년된 게임, 이미 고인물들이 많은 시기였고, 회사 입장에서는 캐쉬 카우긴 한데. OOOOO의 후속작에 모든 인력과 역량이 투입 되어 있는 시기였다.
사수 박세훈 입장에서는 이딴 게임 얼른 부사수 한테 물려 주고, 자기는 새로 시작되는 후속작 OOOO2에 참여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상황 있었다.
나 : 세훈님 다른건 일단 다처리 했는데 몇건은 어떻게 답이 안나오는데요, 얘는 분명히 이 아이템 가지고 있었던 녀석은 맞는데. 이거 다른 놈한테 팔아 놓고, 그냥 복구해 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요.
박사수 : 누군데? 아 걔 걔는 그냥 해줘라. 걔는 오래 게임한 애기도 하고, 나이도 많은 아저씨라 그런거 가지고 그렇게 진상 부릴 사람은 아니다.
나: 어 그래도 형평성이 누군 해주고 누군 안해 줬다고 또 사람들 말 나올 거 같은데요.
박사수 : 야 다른 애들은 그냥 무시해 내가 알아서 할께.
나 : 네 그럼 세훈님 믿고 그냥 진행 할께요..
3개월차 신입에겐 고민은 사치다. 뻔히 보이는 형평성 논란이나, 후속 조치 논란이나, 난 물어 봤고, 사수는 대답했다. 시키는대로 했다면, 일단 내 책임은 없는 거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서 모두 배워오는 처세술이다.
며칠전 발생한 서버 문제는 일단 1차 무조건 복구 대상자와 2차, 선별 복구 대상자, 3차 복구 불가자로 구분되었다.
기준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냥 아 얘는 이거 가지고 있었어 하는 기록이 남아 있던 애들, 평상시 진상 안부리고 조용히 게임하던 애들, 뭐 하나 잘 못되면 지랄 지랄 하던 애들, 정액 과금 안 쓰고 시간 과금 쓰고 게임 하던 애들 뭐 이런 걸로 잘 묶어서 1차 선별, 2차 선별, 3차 선별 하던 시기다.
맞다. 개판이던 시기였다.
당연히 복구 대상이 되지 못하던 애들은 전화로 난리를 치던 시기였고, 난생 처음 들어 보는 욕설에 회사 찾아 온다는 협박이 성행하며, 운영자, 회사 사람들과 친하면 복구가 가능하더라, 접대 한번 하면, 아이템 준다더라, 누구는 얼마 주고 아이템 샀다더라. 하는 소문 또한 무성한 시기였다.
나 : 세훈님 세훈님 저 살려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얘네 찾아 온다고 하는데요 회사로.
박사수: 야 그런 애들 한둘이야? 그냥 넘겨 뭉기덩가 이제 3개월 넘었으면 알아서 할 수 있잖아.
나 : 말돌리고 전화로 3~4시간 통화하고 어떻게 무마 할라고 해 봤는데 답이 없네요. 살려 주세요 .
박사수 : 어디 애들인데.
나 : XXXXX 길드 애들이요.
박사수 : XXXXX 길드 애들? 어 걔네는 강성이라 진짜 찾아 올텐데. 걔네 복구 명단에 안들어 있었냐?
나 : 얘네는 그때 주신 복구 기준에 안들어 갔던 애들이라. 따로 챙기진 않았어요.
박사수 : 허….언제 올라 온다고 하던데? 걔네 부산 길드 애들인데.
나 : 이번주 금요일 올라 온다고 하던데요.
박사수 : 야 나 그날 연차 섰다.
나 : 네?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제가 봐요?
박사수 : 내가 팀장한테 따로 말해 놓을 테니. 일단 찾아오면 니가 나가서 애들 보고, 에효. 기다려봐 내가 팀장한테 얘기해서 얘네들 따로 복구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을께.
나 : 어. 그럼 제가 얘네들 오면 얘기하라구요. 저 혼자요? 저 이제 들어온지 3개월 됐는데요?
박사수 : 야 게임 회사에 3개월 있었으면 너도 알건 다 알잖아. 일단 복구쪽으로 진행 하겠다고 언급하면 애들 그렇게 지랄 안할테니 안심하고, 혼자 들어가지 말고 내가 말 해 놓을테니. 천우성님이랑 같이 들어가.
나: 천우성님은 다른 게임 맡고 계시잖아요.
박사수 : 우성님 원래 이게임 하다가 그쪽으로 간거라, 잘하신다. 아는 내용도 많고 그쪽 길드 애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 : 넵 알겠습니다. 대신 저 테러 당하면 맞고만 않있을거에요.
박사수 : 야. 맞는게 돈버는 거야. 그리고 맞을 상황까지 안가야지.
나 : 맞을 상황까지 안갈려면 애초에 서버문제가 발생하지 말았어야죠.
박사수 : 내가 그 말이다. 사고는 누가치고, 누가 뒷수습다하고, 그 와중에 업데이트 기획도 해야 되고, 내가 미치겠다. 아주.
나 : 흠………
퇴사가 마렵다.
박사수: 내가 그래도 지금 발생한 상황이랑, 구분 내용이랑, 복구할 거 라는거까지 인수인계하고 갈테니까. 우성님이랑 같이 들어가봐, 경험하는 샘 치고, 내가 너 부사수 빨리 만들어 줄려고, 좀 일을 몰아 주는데. 너도 빨리 일배우면 좋잖아.
나 : 네….
목표가 생기고, 넘어야 될 단계가 생기고, 해야 될 일이 하루 하루 쌓이고, 치이듯 하나 하나 해결 하다 보면, 연차가 쌓고 경험이 늘어나고, 성장이란걸 하게 된다.
나무에 물 주면 나무가 쑥쑥 자라듯 사수는 나라는 나무에 원하든 원치 않던 물을 잔뜩 주던 시기였고, 난 넘칠듯 물을 받아도 꾸역 꾸역 해 나가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