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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스포O) : 이제부터는 자기 머리로 노력하라는 뜻인가 봐

우골린

‌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리한 설계자입니다. 단편집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에서 증명한 복합 장르 조율 능력과 '그레이브 디거'에서 보여준 생생한 시각적 액션 활극의 노하우는 그의 집대성인 '제노사이드'에서 정점에 달한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조너선 예거)과 일본의 비밀 실험실(고가 겐토)이라는 극단적인 두 공간을 교차시키며, 인류 멸망의 보고서인 ‘하이즈먼 리포트’의 다섯 번째 항목—‘신인류의 탄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덮고 난 뒤 찾아오는 미묘한 찜찜함, 서사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불협화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작가가 설정한 ‘압도적 초지능(신인류)’이라는 과학적 전제와, 이를 해결하는 열쇠로 제시된 ‘정(情)과 연민’이라는 인간적 정서가 서로를 밀어내며 서사의 논리적 기반을 붕괴시키기 때문입니다. 인류 멸망 요인을 분석한 연구 논문 '하이즈먼 리포트'는 근미래에 예측 가능한 멸망 요인으로 다섯 가지 항목을 정리했다. 소행성 충돌, 자기장 역전, 핵전쟁, 바이러스, 그리고 '인류의 진화'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현생 인류를 압도하는 초지능을 가진 신인류가 예기치 못하게 탄생할 수 있으며, 이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예언했다. 마치 과거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소멸했듯, 이 과정에서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열등한 현생 인류가 멸종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후 미국의 번즈 대통령의 책상 위에 실제로 돌연변이 신인류의 출현을 관측한 기밀 보고서가 제출된다. 위험을 직감한 번즈는 신인류 말살을 목표로 한 비밀 작전을 승인한다. 민간 군사 기업에서 일하는 그린베레 출신의 조너선 예거에게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폐경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여섯 살짜리 아들 저스틴이 있었다.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절망하던 예거는 고액의 대가가 보장된 미국 정부의 기밀 작전 '가디언'에 합류한다. 예거를 포함한 네 명의 용병에게 내려진 임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아프리카 콩고(옛 자이르) 밀림에 사는 피그미족 '캉가 밴드' 부락민 40명을 전멸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말살 대상에는 부락에 머무는 백인 한 명과 '인류가 본 적 없는 기이한 생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시각, 일본의 대학원에서 신약 디자인을 전공하는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의 이름으로 발신된 의문의 메일을 받는다. 메일의 지시를 따라 찾아간 주택가의 비밀 실험실에서 겐토는 특정한 약물 합성을 부탁하는 아버지의 유서를 발견한다. 놀랍게도 아버지가 연구하던 물질은 전 세계에 환자가 10만 명에 불과해 제약회사들이 외면해 온 희귀병 '폐경증'의 치료제였다. 마침 주변에 이 병으로 죽어가는 어린 소녀를 알고 있던 겐토는 연구를 완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친구 도이의 소개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과 의기투합해 신약 제조에 박차를 가한다. 한편, 아프리카 밀림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던 예거 일행은 부락에 함께 있던 백인 피어스 박사에게 발각된다. 피어스 박사는 경계하는 용병들을 부락 안으로 초대해 '본 적 없는 생물'이자 겨우 세 살인 신인류 '아키리'를 소개한다. 피그미 부족의 몸에서 태어난 아키리는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초지능을 지닌 존재였다. 아키리는 이미 미국의 감시망을 해킹해 자신들을 말살하려는 가디언 작전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기밀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결국 예거 일행까지 토사구팽하여 제거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덤덤히 알려준다. 미국 정보 전략을 담당하는 슈나이터 연구소의 분석관 아서 루벤스는 상위 작전인 '네메시스 작전'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말살 명령을 그대로 따를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살육 직전에 작전을 변경하고 캉가 밴드와 예거 일행을 모두 구출할 계획이었다. 루벤스는 이 신인류에게 '누스'라는 학명을 붙였다. 또한, 수년 전 음부티족의 바이러스 감염을 조사했던 일본의 학자 고가 세이지를 주목하며, 일본과 콩고 사이에 해독 불가능한 초고도 메시지가 오가고 있음을 감지한다. 고가 세이지가 사망한 후 그의 연구가 아들 겐토에게 이어졌음을 알아차린 루벤스는 감시망을 펼치지만, 겐토는 번번이 추적을 따돌린다. 루벤스는 네메시스 작전의 정보가 내부에서 누설되고 있다고 직감한다. 그 무렵, 루벤스는 고가 세이지의 논문을 바탕으로 부족의 바이러스 감염이 조작되었음을 밝혀내 작전을 취소시키려 했으나, 위성을 통해 이미 예거 일행과 누스(아키리)가 조우한 모습을 목격한다. 군사고문 스톡스 대령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력을 동원해 이들을 모두 사살하는 네메시스 작전의 다음 단계를 발동시킨다. 루벤스로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일본의 겐토는 아버지의 컴퓨터에 남아 있던 만능 제약 프로그램 '기프트' 덕분에 약물 구조의 결과값을 정확히 예측하며 연구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파피'라는 의문의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아 하이즈먼 리포트의 예언대로 신인류가 실제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파피는 폐경증을 앓는 예거의 아들 저스틴과 겐토를 연결해 주었고, 겐토는 저스틴의 어머니에게 반드시 아이를 구하겠다고 약속한다. 정부 기관의 거센 추적 속에서도 겐토와 정훈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신약을 완성한다. 그리고 감시원들을 따돌리며 죽음 직전에 놓인 두 아이에게 신약을 투여해 치료하는 데 극적으로 성공한다. 그 무렵 미국에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해킹당한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가 미국 부통령 체임벌린을 미사일로 테러해 암살한 것이다. 번즈 대통령은 긴급히 방공호로 대피하고 전 세계 무인 정찰기에는 비행 금지령이 내려진다. 미국 정보 당국은 중국의 해킹을 의심하지만, 루벤스는 이것이 네메시스 작전으로 쫓기던 예거 일행과 초인류 아키리의 반격임을 직감한다. 루벤스는 예거 일행이 작전에 투입된 것부터 겐토의 신약 개발, 부통령 암살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드라마가 모두 아키리가 정교하게 설계한 시나리오였음을 깨닫는다. 직후, 플로리다로 향하던 예거 일행의 민항기를 격추하려던 F-22 편대가 기이한 이상 자연 현상으로 전멸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연료를 잃고 바다로 추락한 민항기 잔해를 바탕으로 정부 보고서는 예거 일행이 사망했다고 결론지었고, 번즈 대통령은 네메시스 작전의 종결을 승인한다. 그러나 예거 일행과 피어스 박사는 아키리의 지휘 아래 무사히 아프리카를 탈출한 상태였다. 탈출 과정에서 무자비한 민병대와 무인 정찰기의 공습을 뚫어낸 이들은, 소년병을 앞세운 무장 조직의 압박마저 지휘관을 정밀 저격하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이후 이들은 CIA가 운영하는 항공기를 탈취해 미국으로 날아갔고, 그곳에 정박해 있던 피어스 박사의 선박을 이용해 마침내 일본으로 밀입국한다. 일본에 도착한 예거 일행과 아키리는 마침내 고가 겐토와 마주한다. 이 자리에서 거대한 탈출극의 진짜 배후가 밝혀진다. 겐토는 사카이 유리라는 여성 학자가 아키리보다 네 살이 많아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성숙한 또 다른 신인류 '에마'를 자신의 자식으로 위장해 일본으로 밀입국시켜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초인류들에게는 종의 번식을 위해 서로 다른 성별의 조우가 필요했던 것이며, 이 모든 경로를 설계한 진짜 흑막은 바로 에마였다. 현생 인류와 신인류의 경쟁이 과거의 역사처럼 한 종의 무자비한 도태, 즉 '제노사이드'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현생 인류는 초인류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파멸적인 제노사이드가 일어난다면, 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쪽은 결코 초인류가 아닐 것이다. 소설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것은 서늘한 인류학적·과학적 통찰입니다. 작가는 FOXP2나 HAR1 유전자의 변이를 언급하며 인류의 지성이 폭발적으로 진화했음을 연역적으로 증명합니다. 동시에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근거리 사격 확률이 20%에 불과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인간이 동족 살해에 본능적인 저항감을 가졌음을 짚어냅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 숭고한 저항감을 극복하기 위해 표적을 인간 모양으로 바꾸고 원거리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악마성’을 발휘했습니다. 소년병 오네카의 비극적인 죽음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극단의 잔혹성과 멸렬해가는 인간성의 다큐멘터리입니다. 하이즈먼 리포트의 경고대로, 굶주림과 공포 앞에서는 평화 대신 투쟁을 선택하는 도덕적 열등종이 바로 인간인 것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탄생한 신인류 ‘누스(아키리와 에마)’는 인간의 지적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존재입니다. 미국의 전 세계 감시 체계인 에셜론을 장난감처럼 해킹하고, 자신들을 말살하려는 F-22 편대를 이상 기후를 유도해 전멸시킵니다. 루벤스의 말대로 이들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이자, 그의 사고를 쫓는 일은 인류에게 불가능한" 신(神)과 같은 존재입니다. 아키리와 에마가 인류의 추적을 따돌리며 고가 겐토를 통해 개발하려 했던 난치병(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 치료제는, 궁극적으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직 자신들(신인류)의 근친혼으로 발생할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한 지극히 사적인 목적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여기서 거대한 서사의 함몰이 일어납니다. 작가는 전반부 내내 미국의 번즈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군산복합체의 ‘공포 마케팅’과 독재적 폭력성(제노사이드)을 비판하며, 신인류의 등장이 인류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공존의 시작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러나 신인류가 보여준 행동의 본질은 인간 난치병 환자들의 목숨과 예거의 부성애를 인질로 잡아 자신들의 안전과 목적을 달성하는 ‘철저한 계산’이었습니다. 아서 루벤스가 추측한 ‘인질 전략’이 오히려 하이즈먼 박사의 냉소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진실에 가깝습니다. 작가는 이 냉혹한 초지능의 계산법에 인류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의 입을 빌려 ‘정(情)’과 ‘가족애에 대한 연민’을 주입합니다. 신인류 누스가 피그미 부족의 학습을 통해 어머니와 전처의 죽음을 보며 연민을 배웠고, 이것이 인간과의 정서적 연대로 이어져 인류의 파멸을 막는 열쇠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소설은 장르적 세련됨을 잃고 급격하게 신파적 결론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앞서 작가는 루벤스의 입을 통해 신인류의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 보유’나 ‘제6감’ 같은 개념은 과학자가 논할 수 없는 신비주의이자 난센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초인류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로 정립된 정서인 ‘정(情)’이나 ‘연민’ 따위가 어떻게 초인류의 행동 원리가 될 수 있을까요? 인간보다 도덕적으로, 지적으로 압도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인간의 미시적인 감정 체계인 ‘정’을 획득해 인류를 구원해 준다는 결말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입니다. 이는 마치 사자가 토끼의 ‘동료애’에 감복하여 사냥을 멈춘다는 동화적 발상과 다름없습니다. 결국 아키리와 에마라는 초인류가 그 거대한 탈출극과 살상을 벌인 이유가 고작 ‘자신들의 아이를 위한 유전병 치료제 개발’과 ‘종족 번식’이라는 지극히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에 머무는 순간, 하이즈먼 리포트가 예고했던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종말론의 무게감은 일시에 증발해 버립니다. 거대한 인류사적 담론을 제시해 놓고, 결론은 가족주의와 감정적 연대라는 익숙하고 초라한 틀로 성급하게 봉합해 버린 셈입니다. '제노사이드'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장르적 쾌감과 시각적 묘사는 독자를 압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설계자(신인류)의 손아귀 안에서 완벽하게 놀아나는 구도를 취하면서도, 그 설계의 원동력을 ‘인간적인 정(情)’에서 찾으려 한 작가의 욕심이 서사의 균열을 냈습니다. 지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감정적으로도 인간을 가련하게 여겨 구원해 준다는 결말은, 결국 현생 인류가 가진 "오만하고도 나약한 희망 사항"의 투영일 뿐입니다. 이 소설이 준 미묘한 불쾌감은, 장르적 서스펜스의 밀도에 비해 턱없이 얇고 모순적인 인류 구원의 논리를 직관적으로 감지한 독자가 느끼는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문장들 “너랑 친해지고 나서도 난 전혀 위화감을 못 느끼겠는데, 한국인이랑 일본인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어?” “으음…….” 정훈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생각에 잠겼다. “거리낌 없이 아무거나 말해 봐.” 정훈은 시선을 겐토에게로 옮겼다. “하나 들어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감정이 있긴 해. 이건 미국인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모르는 마음의 이상한 작용이야. 한국어로는 ‘정’이라고 해.” “정?” “응, 한자로는 ‘뜻 정(情)’자로 쓰지.” “그거라면 일본에도 ‘정’이란 게 있는 건데.” “아니 아니, 일본어의 ‘정’과는 달라. 설명하기 어렵네.” 겐토는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설명해 주면 안 돼?” “무리하게라도 굳이 설명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는 강한 힘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얽힌 상대와는 좋든 싫든 관계없이 정으로 묶이게 되는 거지.” “그럼 우호적인 거라든가 박애 정신 같은 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정은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싫은 상대와도 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 100퍼센트 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 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어, 그런 거야?” 겐토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를 몇 편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사실은 눈치 채지 못했다. 같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사람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점이 놀라웠다. “좀 더 나가 보면 정이란 건 사람과 사물 사이에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설명으로 될라나?” 겐토는 정이라는 것을 심정적으로 이해해 보려 했으나 마음속으로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잘 모르겠네.” “그렇지? 정이란 말의 의미는 정을 알고 있는 사람밖에 알 수 없어. 말이란 것은 그것이 가리키는 것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으니까.” 정훈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과학 전문 용어랑 같다고 겐토는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킬 수 없는 것과 같이. 그것이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단지 일본보다는 한국 쪽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느낌은 들어.” “응. 그럴지도 몰라.” 평소 정훈에게 감도는 부드러운 분위기는 ‘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리라고 겐토는 생각했다.    - '제2-2부 네메시스' 중에서 과학자는 숨김없이 정직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지나치게 강한 욕망을 얼굴에 드러냈다.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알고 싶어 합니다. 무수하게 숨겨져 있는 수수께끼를, 우주의 전모를 기록하는 이론을, 아니면 생명 탄생의 비밀을. 사실 제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인간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우주를 해명할 정도의 지성을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영원히 우주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자연을 상대로 한 두뇌 싸움에 언젠가 승리할 수 있을지.” ~ “부디 대통령 각하, 저를 과학 고문으로서의 최후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약 50년 전, 트루먼 대통령이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만약 우주인이 지구에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면 될지를.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결코 공격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인류를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에게 전쟁을 건다한들,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제2-2부 네메시스' 중에서 “전원, 돌격!” 200명의 소년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광장 너머에 있는 성당을 향해 달려갔다. 오네카는 선두 그룹에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포는 느끼지 않았다. 그저 죽이면 됐으니까. 교회 지붕을 노려 AK 소총을 쏘며 가는 동안 달콤한 화약 연기 냄새가 사라지고 바람과 함께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것은 오네카의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여태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던 가족 생각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어왔다. 흙냄새가 상냥한 어머니의 냄새로 변했다.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탄력과 따뜻함에 안긴 채 어머니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내가 강간하고 죽였던 어머니가 지금도 나를 사랑해 주고 있는 걸까? 오네카는 울음을 터뜨렸다. 두 눈에서 솟아난 눈물을 허공에 흩뿌리며 계속 뛰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것을. 새나 짐승으로 태어나서 아빠와 엄마, 형, 여동생과 함께 맞대고 언제까지나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적이 반격을 시작했다. 소총을 든 남자가 교회 지붕에서 자동 사격을 하고 있었다. 오네카 왼쪽에서 탄환이 두개골을 뚫는 소리가 맹렬한 속도로 가까워졌다. 죽어 나가는 아이들을 곁눈으로 보며 오네카는 이제 자신도 죽으리라고 생각했다. 화염을 뿜어내는 총구가 자신에게 향했다. 그 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머리가 뚫린 채 오네카는 죽었다.    - '제2-3부 네메시스' 중에서 그러고 보니, 이전에 뵈었을 적에 박사님은 우리 인류를 ‘제노사이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셨는데…….” “아, 그렇게 말했지.” “하나, 반증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하이즈먼이 재미있다는 듯이 몸을 내밀었다. “오호? 뭔가?” “현생인류의 수입니다. 65억이라는 개체 수가 대형 포유류로서는 월등히 기준을 벗어난 번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즉, 배타적인 행위에 비해 이타적인 행위가 웃돈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우리는 악보다 선의 성향이 근소하게 웃돈다, 가까스로 ‘서로 돕는 사람’으로서의 면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네, 아니야, 그건 경제 활동의 결과일세. 돈을 벌기 위해 서로 돕는 거지. 간단한 예를 들면 선진국의 공적 개발 원조는 투자 목적으로 일어나지 않나. 어차피 아프리카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자원의 확보와 소비자 획득을 위해서 아닌가. 더 말해 보면 의료도 있지. 난치병의 치료약 개발도 이익이 최우선시 되네. 환자 수가 적은 희소병의 약물은 돈을 벌 수 없으니 개발되지도 않잖나.” 하이즈먼은 인간에 대해 어디까지나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 그것을 듣고 루벤스가 미소 지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한 줄기 광명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무 담보물도 없이 자기 목숨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하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의 플랫폼에서 떨어지는 외국인을 구조하거나 아니면 목숨 걸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던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극히 소수 아닌가. 그것도 일종의 진화한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구태여 누스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그런 사람과 길에서 지나쳤을 수도 있겠군.” 대답한 하이즈먼도 슬며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 사람 의외로 초라한 행색일지도 모르겠네요.” 루벤스가 말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추천 0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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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39월드컵 앞두고 장비들 털린 잉글랜드 대표팀 근황

    월드컵 앞두고 장비들 털린 잉글랜드 대표팀 근황

  40. 40게임 스토리 스킵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둘임

    게임 스토리 스킵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둘임

  41. 41트럼프 '종전 MOU, 14일 서명 예정......

    트럼프 '종전 MOU, 14일 서명 예정......

  42. 42경력 25년 메스가키 마스터.jpg

    경력 25년 메스가키 마스터.jpg

  43. 43유게에서 본 충격적인 짤방

    유게에서 본 충격적인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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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에어컨 쉬게 잠깐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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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썸녀가 하고 나면 지갑에서 돈 빼갔는데

  46. 46림버스) 지금 4장 보니 꽤 감회롭긴 하네

    림버스) 지금 4장 보니 꽤 감회롭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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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2년만에 클리앙 들어와서 부동산 주제 글들을 읽어봤습니다.

  48. 48인방) 김도 분노 완전 공명

    인방) 김도 분노 완전 공명

  49. 49겜 스토리 스킵하던말던 그건 플레이어 재량인데

    겜 스토리 스킵하던말던 그건 플레이어 재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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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 트럼프 "이란과 합의 14일에 서명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