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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7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도쿄전력 직원이 측량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 EPA/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15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지운다. 특히 권력이 작정하고 지우려는 일은 더 빨리 사라진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부터 이 참사를 과거의 사건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올림픽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에서 개최했고,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했다. 언론 보도는 점점 줄었고, 지금은 극소수 매체를 제외하면 후쿠시마를 다루는 곳이 거의 없다. 그러나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재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1·2·3호기 내부에는 여전히 약 880톤의 핵연료 잔해(데브리)가 남아 있다. 핵연료와 구조물이 수천 도의 고열에 녹아 뒤섞인 이 초고방사성 물질에는 인간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사고 발생 15년이 지나도록 실제로 채취된 데브리는 0.9그램에 불과하다.
하루 약 80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를 희석해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2026회계연도에는 연간 방류량이 6만 2400톤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51년 폐로 완료'라는 목표를 일본 정부는 내걸고 있지만, 원자로 내부 상황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과학적 전망이라기보다 정치적 희망에 가깝다.
오염은 지금도 식탁 위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가장 분명한 증거는 식탁 위에서 확인된다. 환경운동연합이 분석한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5년 식품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체 검사 3만 5388건 가운데 3811건, 즉 10.8%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수산물 검출률은 3.7%, 농산물은 18.9%였다. 담수어는 39.8%, 야생조수육은 29.8%, 표고버섯은 47.7%에 달했다. 멧돼지고기에서는 최대 1만 3000Bq/kg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일본 식품 기준치인 100Bq/kg의 13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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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한 2024/2025 일본산 식품 방사능 검사 검출 현황 ⓒ 환경운동연합 관련사진보기
사실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방사능 검사는 일본 시민단체의 검사 결과와 비교할 때 오염 수치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런데 이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식품의 유통조차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시민단체 '모두의데이터'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 중인 건조 송이버섯을 검사한 결과, 일본 식품 기준치(100Bq/kg)의 17배가 넘는 1760Bq/kg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정부의 관리망 밖에서 고농도 오염 식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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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데이터가 발표한 일본 유통 중인 버섯의 방사능 검사 결과 ⓒ 환경운동연합 관련사진보기
수산물 검사 결과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농어의 경우 2024년 검사 결과에서 후쿠시마현산 56건에서는 세슘이 단 한 건도 검출되지 않은 반면, 나머지 7개 현산 54건 중 19건(35.2%)에서는 세슘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후쿠시마산이 더 안전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현의 평균 검출한계치는 16.7Bq/kg으로, 다른 7개 현 평균인 8.7Bq/kg의 약 두 배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검출되는 오염이 후쿠시마현 검사에서는 '검출한계 이하'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불검출'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검사 자체가 보이지 않게 설계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은 3.8%인 반면, 수입이 허용된 지역 수산물은 282건 검사에서 단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아 0.0%를 기록했다. 수입금지 지역과 허용 지역 사이의 오염 격차는 뚜렷하다.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수입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데이터는 오히려 현행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할 과학적 근거를 재확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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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과 그 외 지역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 ⓒ 환경운동연합 관련사진보기
오염이 일본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수입 허용 지역, 즉 8개 현 이외 지역 농산물의 방사성 세슘 검출률도 10.7%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버섯류를 중심으로 방사성 물질 오염이 광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방사성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이다. 사고 발생 15년이 지난 지금이 겨우 반환점을 지난 셈이다. 오염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대응은 오염을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염을 사회 전체로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올해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오염 토양(제염토)을 후쿠시마현 외부 지역에 매립하는 조치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5000Bq/kg 이하의 오염 토양을 농지에 섞어 사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사고의 흔적을 희석하고 분산시켜 없애려는 시도에 가깝다.
잊힌 재난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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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한 세대 안에 끝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피해는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진다. 사고를 일으킨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결국 시민과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에서도 규제기관과 산업계의 유착, 안전 경고의 묵살, 경제적 이익 우선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사고는 발생했다.
문제는 한국이 지금 바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설계수명을 이미 넘긴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확대하고 있다. 원전의 배관과 케이블, 압력용기, 콘크리트 구조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열화된다. 보강을 한다고 해도 노화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충분히 안전하다"는 확신 속에서도 후쿠시마 사고는 발생했다.
이미 2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이 땅에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지역에 밀어 넣겠다고 한다. 원전 확대 정책은 사회적 갈등도 불러온다. 원전이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수송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국가가 주민들에게 어떤 폭력을 행사하는지 목격했다. 국가는 그 상처를 치유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은 채 같은 일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잊힌 재난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 누군가는 그것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지금도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고 있는 원전을 곁에 두고,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먹거리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기억에서 지우는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지우는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5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일본의 실패가 아니다. 그 실패를 눈앞에 보면서도 같은 길을 택하려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진정한 추모는 사고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전 진흥 정책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 분산형 전원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이다. 후쿠시마가 남긴 경고를 외면한 채 원전 확대에 매달린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또 다른 후쿠시마를 물려주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정부의 자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