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6개월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벌써 1년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빠르게 시간은 흘러갔고 그동안 OOOO프로젝트는 몇차례의 패치와, 업데이트, 버그 처리 등이 이루어졌다.
한해가 마무리 되고 새로 시작되는 시점에 부서는 몇가지 인사 이동이 진행 되었다.
사수였던 박세훈은 그토록 원하던 게임으로 전부되어 갔고, 다른 게임에 있던 천우성이 그게임이 망하는 바람에 다시 우리 게임으로 와 사수 역활을 하게 되었다.
천우성님이야 워낙 일을 잘 하던 사람이라. 업무 인수인계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 되었고, 나또한 1년차에 맞게 보다 많은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상황이 변했다.
다시 이 게임을 맡게된 천우성님은 나를 좋게 보았는지 원래 메인 PM 담당이던 업데이트 패치 이벤트 기획등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였으며, 난 또 그걸 넙죽 넙죽 받아서 잘 먹고 쑥쑥 자라는 시간이었다.
천우성 : 야 너 이번 이벤트 기획 해 볼래? 뭐 딴건 없고 애들 DAU 올릴 수 있는 이벤트로 기획해봐 기존에 했던 기획서랑 필요한건 내가 A 폴더에 넣어 놓을테니까 보고, 일단 작성한 다음에 나한테 보내 그럼 내가 필요한거 보고 수정해 주고 할테니까!
나 : 넵 알겠습니다. 기존자료 보고 크게 벗어 나지 않게 하면 되는거죠?
천우성 : 응 보고 해봐봐, 너도 1년차 됐으니 그 정도는 해 봐야해 그리고 기존에 있던 자료 너무 똑같이 배껴서 하지 말고, 뭐라도 좀 다르게 해야 한다. 뭐 보상이야 뻔하게 경험치2배 드랍율2배만 해도 DAU는 올라가니까 거기서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나 : 넵.
천우성이 알려준 A폴더를 열었다, 기존에 OOOO 게임을 스처간 모든 기획자들이 꾸역 꾸역 써 넣어논 기록들이 줄줄 흘러 나온다.
그중 이벤트 폴더를 여니, 아까 천우성이 말한 이벤트 기획서였던 것들이 최종판..최최종판, 최최최종판 이름으로 가득 들어 있다.
이때 당시 게임이야, 부분유료화(!)가 도입 되기 이전이고, 월정액으로 한달 이용권을 구매해서 사용하던 시기인지라, 과금 이벤트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가챠나 아이템 뽑기로 유저들을 카지노 중독자로 만들어 놓던 시기도 아니었다.
결국 할 수 있는 이벤트는 동일기간 캐릭터가 습득할 수 있는 경험치 이벤트나 아이템 드랍율2배 이벤트 들뿐이었다. 물론 제목을 그럴싸하게 바꾸거나, 명절이나, 기념일 등으로 위장해서 내보내야지…
‘XXX 기념 OO 두배 이벤트, 선물이 하늘에서 눈처럼 내려와…누가 누가 쏜다. 그랩에 잠이 오니?...... 엄마 OO까지만 달고 공부 할께요…….XXX 힘내세요. ……야자는 PC 방 두배 이벤트.’ 이렇게 말이다.
뭔가 그럴싸 하면서 신박하고, 효과는 좋으며 내가 한 일인게 팍팍 티가 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물론 최소한의 개발팀 도움과 잔버그가 없는 것은 기본이겠지
생각해 보니 이런 말도 안된걸 던저 주는 저 인간도 고맙지만 사악한 거 같기도 하다.
끙끙 앓고 있자니. 그인간(천우성)이 안타까웠는지 한마디 툭 던지고 간다.
그인간 : 야 고민되면 겜 들어가서 애들이 뭐하는지 봐봐. 뭘 하면서 시간 제일 많이 보내는지. 그리고 역대 반응제일 좋았던 이벤트가 뭐였는지도 한번씩 보고.
나 : 네 게임 들어가서 GM 캐릭터로 물어 볼께요 뭐하는지 몰래 숨어서 보고, 몹 어그로 끌어 놓고, 레이드 망가트리고, 보스 몬스터 땅속에 꽂혀서 아무것도 루팅 못하게 만들어 놓을께요.
그인간 : 야이 미…..그래라. 그것도 이벤트지.. 미친놈아.
물론 내가 말한 저런 짓들은 하면 바로 짤린다. 할수 없는 일이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고, 서로 선수끼리 알면서 퉁치고 탁 받는 말이지. 능구렁이가 1년새 몇마리 더 는거다.
게임을 키고 내 개인 캐릭터로 게임에 들어갔다.
이놈에 노가다 게임, 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면, 패키지 게임처럼 챕터와 챕터가 마무리 되고,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면 한편의 잘 만든 게임이 마무리 되는 아름다움은 온라인게임에선 불가능 할 수 밖에 없다.
‘MMORPG 세계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아야 했다.’ 다시 말하면 서버가 닫힐 때까지 이 세계는 계속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없는거다’‘
만랩은 쌓여있고, 유저들은 할게 없다. 신규 지역 업데이트는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랜덤에 기대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은 극악한 확률로 누가 봐도 알수 없는 운에 100% 기대서 이루어 지는 중이고, 뉴비와 고인물들의 차이는 슬슬 벌어지고 있고, 신규 유입도 줄어들고 있다.
모든 MMORPG의 고민과 모순이다. 이 게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성공을 거두는 이후 모든 게임들에 적용 되는 모순.
애들이 뭐 하고 있는지 개인 캐릭터로 슬쩍 들어가 지켜 봤다.
중랩이고 고랩이고 간에 이상하게 사냥터에서 몬스터들을 의미 없이 사냥하고 있었다.
어 저기 나오는 아이템은 저렙에 필요 없을텐데 젠 저기서 뭐하지?
이런 애들이 각 사냥터 마다. 랩 존 마다 옹기 종기 모여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다.
다행히 이 당시엔 아직 자동프로그램등이 활성화 되기 전이라. 다 수동으로 돌리고 있는거다.
게임 플래이 기록을 보니 한두시간은 기본이고, 4~8시간 12시간 넘게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왜 그러지?
게임에 나와 천우성님께 물어 봤다.
나 : 애들이 특정 레벨 존에서 게임 몬스터 잡고 아이템 모으고 있는데 혹시 이유 아세요? 얘네 렙도 안맞고, 아이템 렙도 안맞는데요.?
천우성 : 아 그거, 애들 거기서 나오는 아이템 모아서. 창고에 모아 두면, 나중에 그거 10개당 상위 아이템 1개로 바꿔 주는 이벤트를 예전에 헸었어.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그 이벤트 또 할거라고 생각하고 그거 잡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러다 보면 랜덤으로 캐릭터 능력치 업데되는 아이템 떨어져. 약 0.0000001 프로 확률 쯤. 그것도 얻으려고 하는거지.
나 : 애들이 진짜 할일이 없나 보네요. 중저랩애들이야 렙업이라도 되지, 고랩애들은 렙업도 안되는데.
천우성 : 원래 그래. 이겜 그래도 4년 되어 가잖아. 만렙이 2년차에 나오기 시작했으니 걔네 중간 중간 업데이트 하고 슬슬 지쳐간것도 1년 쯤 되는거지.
뭔가 스윽 하고 스쳐간다.
아까 알려준 이벤트 기획 문서로 다시 돌아가 언급된 그 이벤트를 찾아 본다.
결론은 그냥 10개 주면 상급 1개 바꿔주기 이벤트 였구만.
‘근데 그걸 수동으로 해 줬다고!!!!!!!!!!’
우리 능력자 천우성님은 뒤에 얘긴 안해 주신거다. 수동으로 유저들이 저 아이템을 가져오면 일일이 확인 해서 엑셀에 정리하고 해당 하는 상급 아이템을 다시 애들한테 게임 우편으로 보내 줬다는걸.
역시 모든 일은 사람을 갈아 넣으면 안되는게 없다.
이 말도 안되는짓거릴, 사람을 갈아 넣어서 10만이 넘는 유저꺼를 다 해 줬다는 기록은 야근으로 쓰인 종말록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안본거야, 난 안본거다. 이건 묻어놔야 하는거야. 난 이런거 본적도 없고 다른 이벤트를 준비해서….음…그래. …평범한… 경험치 두배 아유 무난하고 좋네……그래 드랍률도 두배, 그걸 잘 섞으면 그냥 무난하게 살 수 있어, 우리 숨편히 쉬고, 칼퇴근하고, 주말 있는 그런 건전한 삶을 사는거야……
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