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님이 요즘 들어 별일 아닌 날에도 자꾸 모이자고 하세요.
명절도 아니고 생신도 아닌데 그냥 얼굴 좀 보자고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연락을 주셨어요.
저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집안 살림을 제 방식대로 정해놓고 사는 편이에요. 수납장 칸마다 용도가 정해져 있고, 화장실 수건 개수도 늘 똑같이 맞춰두고, 냉장고 반찬통도 유통기한 순서로 줄 세워놔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래서 누가 집에 오면 그 사람이 물건을 조금만 옮겨놔도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서 다시 손을 대야 직성이 풀려요.
어머님 오시는 날엔 아침부터 몸이 바빠져요. 애 장난감도 다 치워야 하고, 손수건도 새로 걸어야 하고, 어머님이 손주 예뻐하시다가 물건 위치를 흐트러뜨리시면 저는 그거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느라 정작 대화는 뒷전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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